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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리뷰] 지리의 힘 - 팀 마샬


지리적 조건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고백하자면,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글로벌 업무에도 흥미가 꽤나 있는 나지만 유독 세계 역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국민 어린이 도서라 할 수 있는 먼 나라 이웃나라를 읽었던 정도가 내가 세계 역사에 들였던 공(?) 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만보면 현재 진행중인 이슈라든지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에 비해, 그 배경과 서사를 굳이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룰이 있기에 반 강제적으로 부담을 머금고 책을 읽게 되었다. (또르륵..) 책 초반은 무심하게 읽으니 도저히 머리에 남지 않았는데, 세계지도를 펼치고 책 한 줄, 눈으로 국가 하나 이렇게 따라가다 보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누군가 이 책을 읽겠다고 하면, 세계지도를 펼쳐요! 라고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세계지도를 열다니!


[꽃길만 걸어온 나라, 미국]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 트럼프가 왜 그렇게 자국에 대한 도취가 심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지리적으로 축복을 받은 국가임에 틀림없다. 위에는 캐나다가, 아래에는 멕시코가 위치하고 양 옆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이 방패 역할을 해주어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아무 노력 없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토록 지리적 축복을 받은 미국은 얻게 되는 영토마다 꿀이 흐르는데, 요즘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그동안 꽃길만 걸어온 것.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시작된 서부 개척시대의 서사를 보면 감탄이 나온다. 프랑스와의 딜을 통해 얻게된 루이지애나 항구, 멕시코로부터 텍사스를 뺏어오기 위해 했던 전략들 - 미국인들을 텍사스로 이주시키면서 내전이 발생되고, 이 때 미국이 지원해주면서 텍사스가 멕시코로부터 독립된 후 자발적으로 미국에 귀속되기를 원하는 결과 - 모두 성공적이었다. 캘리포니아를 얻자마자 터져버린 금광, 러시아로부터 샀던 알래스카가 초반에는 '슈어드의 냉장고'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유전이 발견되면서 이뤄낸 쾌거.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결과로 얻어낸 섬들, 2차 세계대전 시 영국에 전함을 주면서 얻어낸 해군기지. 모두 미국을 초 강대국으로 만들어주려고 우주의 기운을 몰아준게 아닐까 싶을 지경. 미국이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동안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인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이길 나라가 없는 것인지 마샬의 말처럼 지리적 축복이 아니라면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다.

[내 살길 찾는 영국] 16년도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월급의 일부를 주식에 담기 시작했던 나는 갑작스런 엄청난 주가하락에 놀랐는데, 그때가 바로 영국의 브렉시트 선언이었다. 유럽은 산맥과 강으로 막혀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언어와 민족이 각양각색이고, 그러한 이유로 통일된 적이 없었다. 세계대전으로 몰락하고, 패권을 미국과 소련에게 빼았긴 이후 유럽은 약자로 있을 수 없어 서로 뭉치기로 결정하였고 유럽연합이 탄생하였다. 유럽연합에 속해있는 국가마다 경제적 상황은 달랐는데,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도와주게 되는 구제금융이 실행되면서 분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경제적, 정치적 독립을 위해 결정하고야 만다, Brexit!

영국은 나의 사심과 로망이 가득한 나라이다. 수트를 입은 젠틀맨, 품격있고 시크한 억양, 밝지는 않지만 어딘가 우아함이 느껴지는 도시의 색깔. 어릴때부터 나는 '영국빠..ㅎ' 였다. 하지만 세계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영국은 한 없이 이기적이고 잔인한 국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섞여 있던 인도/파키스탄을 의도적으로 분리시켜 내전을 만들고 수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되었다. 그뿐이랴, 1차 세계대전 후 오스만 제국이 패배하면서 영국령이 된 지역을 제 멋대로 나누어버리면서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등의 국가들은 계속된 내전을 겪고 있다. 수 많은 피해와 희생이 예상되더라도 자국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었을까.

영국인들은 인도 아대륙을 드나들면서도 중심부를 지키지 못했고, 결국 인도 땅은 여러개로 갈라졌다. 영국정부는 멀리서 수수방관할 뿐이고 질서를 잡는데 도와달라는 인도, 파키스탄 양측의 탄원을 거절했다.

무엇이 중간인가? 어디로부터의 동쪽인가? 이 명칭은 유럽인들이 세계를 보는 시각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그들은 유례없이 인위적인 국경선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다시 그으려는 시도가 피를 불러오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지리적인 이유로 피해를 많이 본 국가로 보고 있다. 중국이 고비사막이 있어 몽골로부터의 침략에서 자유로웠고, 히말라야 산맥 덕에 인도로부터 방해받지 않았는데. 우리나라는 거대한 산맥없이, 사방이 뚫린 모양새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침략받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의 가스 공급을 하는 조건으로 외부와 협상이 가능한 것 처럼, 우리나라는 지리적 요건을 이겨낼 그렇다할 결정적인 한 수가 없어 역사적으로 약한 국가였다.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한이 많은 우리나라이기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IMF라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고 국민이 다 같이 필사적인 노력을 했고, 이제는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기업들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타고난 한 방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결정적 한 방은 '치열함' 같은 국민성이 아닐까도 싶다.

지리의 힘을 읽으며, '아 이 산맥이 여기에 있었더라면, 아 이 나라가 바다 옆이 아닌 육지 한 가운데 위치했다면.. 지금 세계지도는 다르게 그려졌겠지' 떠올려보는 재미가 있었다. 왜 그렇게 많은 민족 분쟁이 일어나는지, 수 많은 희생을 감행하더라도 전쟁을 꼭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책을 통해서 궁금증이 생기고 해소되는 흥미로운 과정을 겪기도 했다. (역사에 무지한 나에게는 대단한 발전!)

또한, 책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 사회에 대입해서 여러 생각을 하는 과정도 있었다. 강대국들이 지리적 요건들로 힘을 키운 것은 타고난 것이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것인데, 이는 요즘의 '수저이론'과 매우 흡사하다. 어쩌면 책의 이야기처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은 탄탄대로의 삶을 보장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만의 강력한 한방을 만들어야만 숱한 역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의 요건이 세계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어왔듯, 우리 역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가 이미 많은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 허탈하긴 하지만.. 아니라고 반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아무튼, 부족한 게 많았던 독자로서 이번 독서모임에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고를 좀 더 확장해보려고 한다.
잘 알려주세요 여러분 :)











#서평 #지리의힘 #팀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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